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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석유관리원_ 칼럼] 청렴에 대한 올바른 관점
  


청렴에 대한 올바른 관점

 

정승호

(재미있는 교육컨설팅 대표

/ 국민권익위원회 청렴강사)

 

 

201410월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부정부패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우리사회는 업무처리 시 급행비가 필요하며, 편법은 필요악이다.’라고 보는 국민이 65.8%로 나왔다. 또한 42.6%의 국민은 규정을 지키면 오히려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23.3%의 국민이 누군가 나에게 10억 원을 주면 불법을 저지를 수 있다.’고 응답했는데, 그 중 20대의 경우 평균치를 훌쩍 넘어서 약 30% 정도가 법 위반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오히려 30대는 19.8%로 가장 적었고, 40대는 23.7%의 양상이었다. 20대는 우리 사회의 미래이다. 그런 20대들의 청렴의식이 기성세대들보다 더 떨어진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가 어둡다는 말과 같다.

 

 

소수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다수 국민의 피해로 파급된다.

 

필자는 20대 시절에 모 국립대학교에서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총학생회장이 되어 지난 수년 동안의 총학생회 운영 자료를 살펴보니, 회계 상 문제가 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필자는 총학생회장 후보 시절부터 모든 선거비용을 공개했고, 당선 후에도 회계자료를 공개하는 등 투명하고 청렴한 총학생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것이 당시 KBS, MBC 뉴스에도 나올 만큼 화제가 됐다. 그러기에 더욱 회계 상 문제가 있는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졸업앨범사업이었다. 당시 학교 회계규정 상 졸업앨범사업은 공개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도록 되어있었다. 그런데 10년 넘게 특정 업체와 수의 계약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뭔가 구린 냄새를 직감하고 공개입찰을 희망하는 몇몇 업체에게 전년도 앨범을 보여주면서 물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고, 작년 것과 똑같은 질의 앨범 단가는 얼마인가?’ 지난해 1권당 55,000원에 판매했던 앨범에 대해 36,000, 40,000원 등에 제작 가능하다는 답변이 다수였다. 최소한 1권당 1~2만 원의 과지출이 있었다는 얘기다. 상당한 금액의 리베이트가 의심됐다. 결국 소수 리더의 부정부패로 다수의 학생들이 시중 단가보다 비싸게 졸업앨범을 구입했던 것이다. 여러 논란 끝에 필자가 최종 결정한 앨범 단가는 전년도 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이었다. 그럴 수 있었던 비결은 단순했다. 단 한 푼의 리베이트도 받지 않았고, 총학생회장과 임원들에게만 제공한다는 각종 특혜들도 없애버렸다. 그 결과로 수많은 학생들이 전년도 보다 질 높은 앨범을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게 됐다. , 소수 리더의 청렴한 행동이 다수의 학생들에게 혜택을 준 것이다. 공직자들에게 청렴의식을 강조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공직자들의 업무, 즉 공무(公務)의 파급효과 때문이다. 공직자들의 업무인 공무(公務)는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이다. 그런 공직자들이 부정부패를 일삼는다면 공공의 이익이 아닌 해악이 된다. 그리고 그 파급효과는 소수의 국민이 아닌 다수의 국민에게 미친다. 따라서 공직자는 다른 누구보다도 청렴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해마다 실시하는 국민권익위원회 설문조사 중 연도별 부패인식도 추이를 보면 국민의 54.1%가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인식하는 반면, 공직자 스스로는 2.4%만이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했다. 왜 이렇게 차이가 심할까? 솔직히 말하면 공직자들의 판단이 더 객관적일 수 있다. , 전체 공직자 수 대비 비리 공직자 수를 통계로 내보면 아마도 2.4% 수준에 가까울 것이다. 최소한 국민들이 생각하듯 54.1%는 아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왜 공직사회의 절반 이상이 부패했다고 생각할까? 그것은 바로 공무(公務)의 파급력 때문이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온 개울을 흙탕물로 만들 듯, 비리 공직자 한 사람이 일으키는 소란이 국가와 국민들에게 큰 재앙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해 우리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주었고 아직도 그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세월호 사건도 소수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한 원인이었다. 그래서 대통령께서도 세월호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게 만든 관피아 문제와 해양경찰의 안일한 대처를 질책했다. 소수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없었더라면, 세월호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세월호와 같은 사건사고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1999630일 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씨랜드 청소년 연수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연수원에는 497명의 어린이와 47명의 인솔교사가 잠을 자고 있었는데, 불은 순식간에 타기 쉬운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컨테이너 박스 건물 전체로 확산되었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19명의 어린이와 4명의 교사가 목숨을 잃었다. 연수원 건물은 콘크리트 1층 건물 위에 52개의 컨테이너를 얹어 2~3층 객실을 만든 임시건물로, 안전사고 위험 때문에 '어린이 캠프'가 금지된 건물이었다. 그런데도 버젓이 연수원으로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할 소수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그 원인이었다. 두세 달 전에 소방점검을 했지만, 화재 당시 화재경보기와 비상벨은 울리지 않았다. 비치된 15개의 소화기 가운데 9개는 속이 텅 빈 소화기였다. 그럼에도 관할 소방서는 소방 필증을 발급해주었다. ·허가를 내준 경기도 화성군의 실무담당계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비리의 온상이 밝혀졌는데, 담당 과장과 수련원장 그리고 설계사무소 대표가 서로 짜고 온갖 불법을 자행하며 반강제로 인·허가를 받아냈던 것이다. 해당 건물은 양어장으로 최초 허가를 받고, 추후 수영장으로 변경하고, 다시 수련원으로 전환했다. 운영 상태와 인·허가 기준이 맞지 않음에도 화성군은 사용승인과 운영허가를 내주었다. 그 과정에서 인·허가를 거부하는 실무담당계장을 돈으로 회유하기도 하고, 용역깡패를 동원해서 가족을 몰살시켜버리겠다.”고 협박해서 가족들이 한때 피신을 가기도 했다. 그리하여 컨테이너로 대충 만든 임시가건물이 청소년 연수원으로 인·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대형 참사의 구조적 원인이 소수 공직자들의 부정부패에서 비롯됐다. 공직자들의 업무가 미치는 파급효과가 이렇게 막대하다. 그러니 공직자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청렴의식이 철저해야 한다.

 

 

프로의식과 주인의식으로 무장해야 청렴해진다.

 

과거에는 부정부패의 개념을 주로 뇌물수수, 배임, 횡령, 예산낭비등과 같이 금전적인 측면에서만 찾았다면, 이제는 국민들의 기대치가 상승하면서 부정부패의 개념이 보다 확장됐다. , 전통적 개념인 뇌물수수와 같은 금전적 측면은 물론이고, ‘불공정, 불투명, 공익침해, 온정주의, 연고주의, 복지부동, 탁상행정등도 부정부패의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히 돈의 유혹만 이기면 청렴한 공직자가 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간기업에서 하루 만에 처리할 일을 공공기관에서는 사흘 걸려서 처리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8시간만 잘 때우면 하루가 지나고, 적당히 눈치 살피며 일을 처리하다보면 어느새 월급날이 다가온다는 나태한 의식을 가진 공직자일수록 부정부패의 유혹에 약한 법이다. 온정주의, 연고주의에 얽매인 업무 처리는 반드시 불편부당한 결론을 도출한다. 현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 복지부동, 탁상행정은 현실을 도외시한 일처리로 이어진다. 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공직자는 어두운 그림자를 좋아하게 된다. 프로의식과 주인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공직자로서의 프로의식과 주인의식이 투철한 사람일수록 부정부패의 유혹을 뿌리치고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 음악시장은 음악인의 입장에서는 매우 척박하다. 그런데도 록밴드 중에서 정상급의 인기를 유지한 채 20년간 롱런하는 ‘YB’라는 밴드가 있다. 흔히들 윤도현 밴드로 알고 있는 바로 그 밴드다. YB20년간 롱런하는 비결 중 하나가 바로 모든 수익금을 1/n 한다.’이다. 얼핏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곰곰이 따져보면 이건 엄청난 일이다. 혹시 YB 멤버 중에 윤도현 빼고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가? YB의 광팬이 아니라면 대부분 아는 사람이 없다. , YB라는 팀에서 윤도현의 입지는 절대적이다. 거의 모든 음악 그룹들은 수익 배분을 차등적으로 한다. 팀 기여도, 인기도 등이 높으면 높은 수익을 챙기고, 적으면 수익도 적다. 그러면 자연스레 팀원들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생긴다. 그래서 윤도현은 과감하게 자신의 수익을 상당부분 포기했다. 뿐만 아니라 CF, 방송출연 등 개인적인 활동으로 번 수익금도 장비를 사는 등 팀을 위해 쓴다. 도대체 윤도현은 왜 이런 삶을 살고 있을까!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것이 음악인으로서 하고 싶은 다양한 음악적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윤도현의 입장에서는 돈 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음악인으로서의 삶이다. 그런데 다른 팀들을 보니 팀원들 간에 돈 배분의 차등 때문에 갈등이 생겨서, 팀이 깨지는 경우가 많았다. ‘음악인으로서의 삶이 더 중요한 윤도현은 을 포기하니까, 자신이 원하는 음악인으로서의 삶20년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됐다. 이렇듯 내 삶의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선택과 결과가 달라진다. 공직자로서 나태하고 해이한 의식으로 업무에 임할 것인가, 프로의식과 주인의식으로 무장해서 업무에 임할 것인가! 당신의 선택에 따라서 당신과 당신의 조직이 청렴할지, 부패할지 결과가 달라진다.

 

 

왜 사는가? 원초적 물음에 답할 때다.

 

총학생회장 임기를 마치고 약 10년 뒤 모교를 방문한 길에 시간이 남아서 잠시 총학생회실을 들린 적이 있었다. 당연히 현직 총학생회 임원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고, 나도 졸업생인데 잠시 들렸다고만 얘기했다. 그러던 중 내가 재임 시절에 만들어놓은 작품을 발견하고, 현직 임원들에게 저것이 누가 만든 건 줄 아는가?’라고 물었더니, 위에서 말한 졸업앨범 사건을 비롯해서 나의 총학생회 시절 사건들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그 날의 뿌듯한 마음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만약 내가 검은 돈을 받았더라면 지금 나의 자식들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이 아빠는 말이야, 학생들의 등을 쳐서 수 천만 원을 호주머니에 넣은 사람이야. 내가 그렇게 빼돌린 돈으로 사업을 했기 때문에, 네가 지금 잘 먹고 잘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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